
제 5장 그녀와 그녀의 정체 (3)
“이미 벌어진 일을 자꾸 떠올려서 어쩌자는 거냐?”
나는 스스로를 책망했다. 그것은 몹시 괴로운 행위였다.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수 없었다.
술잔을 드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혼자서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속도만큼 빠르게 취해갔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벽에 붙은 커다란 거울 속에서 초라한 모습의 남자가 나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사내가 보기 싫어 재빨리 고개를 바로 잡았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자고 스스로를 자꾸만 다독거렸다.
긴시간동안 그런 노력을 한 탓에 옥죄어 오던 가슴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혼자서 TV를 보며 술을 마신지 얼추 세 시간 가까이 지났을까.
또 하나의 술병이 바닥을 보이자 술을 가지러 가기위해 나는 몸을 일으켰다. 순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많이 취한 것 같았지만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또 한 번 거울을 보며 바보처럼 히죽거렸다.
급히 올라오는 술기운에 기분이 살짝 좋아지는 듯 했다.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그것을 들고 방으로 돌아가려다가 나는 주춤 거렸다.
어떤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목련의 주 마담, 주희가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미친 듯이 보고 싶었다.
아니 그녀가 보고 싶다기보다는 술기운과 함께 동반되어 슬그머니 치밀어 오르는 욕정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았다.
졸라 외롭고 심심한데 거기나 가볼까.
하지만 “목련”에 가기위해서는 고개 아래를 내려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귀찮고 성가신 수고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번 불쑥 머리를 내민 욕정이라는 놈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내가 며칠 전 ‘목련’에서 사정할 때 주 마담이 내 귀 두에서 분출하는 정액을 받아먹으려고 입을 벌리던
도발적이면서도 섹시한 얼굴이 머릿속에서 되새겨 지자 갑자기 나는 요의를 느낀 사람처럼 마음이 급해졌다.
“시발! 뭘 망설이는 거냐? 좋았어! 거기 가서 오늘 주희 년하고 좇나게 한판 때리자!
”몇 번을 속으로 갈등하다가 그렇게 결정을 하고나니 마음이 후련해졌고 나는 취기에 비틀거리면서도 잽싸게 옷을 갈아입었다.
집밖으로 나오니 깊은 밤이라 주변은 조용했다.
나는 처제가 살고 있는 ‘나동’쪽으로 한번 쳐다보고 나서 연립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대부터 시작되는 가파르고 힘든 언덕을 천천히 내려갔다.
“저, 저…….택시!”
때마침 손님을 내려놓고 빈차로 내려가는 택시를 운 좋게 발견하고는 급하게 불러 세웠다.
그 택시를 타고 고개 아래로 내려간 나는 주마담의 술집인 ‘목련’길 건너편에서 내렸다.
술집의 간판을 보자마자 왠지 마음이 설레는 기분이어서 나는 서둘러 길을 건넜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간판에 지나가는 남자를 유혹하듯 붉은 조명은 켜져있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나는 문손잡이를 잡고 거세게 흔들었다. 그러나 안에서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분명 술집 안에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주희야! 주 마담! 주 마담! 안에 없어?”
문 열기를 몇 번을 시도하다가 나는 이내 포기했다. 낭패감에 휩싸인 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문이 열리지 않으니 주 마담에게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이리저리 손을 뒤적거리던 나는 그만 허탈해지고 말았다. 옷을 갈아입고 부리나케 달려 나오느라
그만 휴대 전화를 챙겨오는 것을 깜박하고 만어였다.
“이런, 시발!”
나는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한 o 자신에게 화가 나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문손잡이를 잡고 거칠게 흔들어댔다.
“어이! 주 마담…….안에 있지? 문 좀 열어봐…….빨리!”
그런데 그때 . 내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분위기로보아 분명 안에는 사람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문을 잠가 놓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다른 남자 손님과 함께 그녀가 엉뚱한 짓을 하고 있을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 마담이 내게 해주던 진득한 오럴을 다른 누군가에게 해주고 있느라 필시 안에서 문을 잠갔을 거라고 나는 지레 짐작했다.
아니. 그런 이유 때문에 문을 꼭꼭 잠갔을 리는 없었다.
술집 안에는 각각의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따로 설치가 되어있는데 뭐 하러 오는 손님 막는다고 일부러 문을 잠근다는 말인가.
그보다 더한 짓을 안에서 은밀하게 벌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내가 아직 접수조차 하지도 못한 육감적인 그녀의 몸을 누군가 다른 남자가 지금 안에서 취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주 마담은 평소 그냥 알고 지내던 술집 주인일 뿐이었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사랑하거나 그렇다고 좋아하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나 혼자 만의 망상에 젖어 스스로 일으킨 질투심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 거였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 외롭다는 감정에 심하게 젖어있었다.
철규. 그 새끼랑 어디인지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곳에 가있는 마누라 때문에 외롭기도 하거니와
그게 빌미가 되어 이 세상에는 나 혼자뿐이라는 지독한 외로움이 나를 못 견디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한 번 더 문을 흔들어 보려고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가 이내 다시 거두었다.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자꾸만 내면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
나는 술집의 문이 주 마담이라도 되는 양, 그것을 향해 고함을 질러댔다.
“잘 먹고 잘살아라.시발년아. 사람이 그만큼 불렀으면 문을 여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두 번 다시 여기를 오면 네년 아들이다. 좇도,썅년이 사람을 아주 우습게 알아. 퉤…….좇같은년.........,”
연극배우가 무대 위에서 저 혼자 독백을 하듯 거친 욕설을 술집 문 앞에서 한바탕 퍼우은 후에 나는 그곳을 떠났다.
손님을 태우고 언덕을 올라가는 택시조차 보아지 않아 그 힘들고 가파르고 경사진곳을 나는 힘겹게 걸어서 올라가야했다.
술에취헤 비틀거리며 걸어 올라가면서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누군가를 향해 나는 밑도 끝도 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결국 쉬지 않고 내뱉은 욕의 힘 덕분인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나는 힘겹게 내가 살고 잇는 집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연립주택 안으로 들어가려다 입구에 있는 구멍가게로 들어갔다.
집에 있는 술이 바닥이 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무작정다짜고짜안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또 술몇병과 간단한 안주를 샀다.
내일 일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오늘 만큼은 술통에 나를 담그듯이 퍼마시고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지금 심정으로는 다니고 있는 철규놈의 주유소 일도 때려치우고 싶었다.
아무리 시발 놈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해도 그렇지.
내마누라를 따먹은 그 개새끼가 월급이랍시고 던져주는 푼돈을 받으며 자존심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흐흐흐. 이번기회에 내마누라와 놀아난 그 시발 놈을 협박해 단단히 한 몫 잡아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술이 담긴 봉지를 들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나는 ‘가동’입구에서 발을 멈추었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머리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내 눈동자가 멈춘곳은 처제가 살고 있는 ‘나동’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멈춘 것은 눈동자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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