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나쁜친구들

조회 9996 추천 0 댓글 0 작성 17.02.12

나쁜 친구들 -1- 

1998년 겨울은 유난히도 따뜻 했다. 
미나가 살고 있는 부산 지방에는 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따뜻 했고 눈 구경조차도 못할 지경이었다.
열 아홉살의 성미나는 열심히 공부한 덕택에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진학 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어제부터 곧 떠날 유학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어디서 어떻게 살면서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결정한 것이 없었지만 미나의 절친한 친구인 현경이와 같이 자취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엊그제 현경이의 어머니가 찾아와 미나의 부모님에게 그 문제로 상의를 했고 미나의 아버지는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한다고 했었다.
미나의 집은 제법 부유했고 서울에 미나의 삼촌이 있었기 때문에 그쪽과 말을 해 본 뒤 결정을 내리려 했다.

챙겨야 할 짐 같은 것은 별로 없었지만 옷가지와 간단한 생활도구등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현경이가 찾아 왔다.
미나는 거실로 나와 현경이를 맞이 했는데 미나의 아버지는 둘에게 말을 꺼냈다.
"미나하고 현경이는 내일 모레쯤 서울로 올라 갈 준비 해놓고 있거라."
"아빠. 결정하신 거에요?"
"응. 그래. 네 작은 아버지에게 말을 했더니 집 넓은데 뭣하러 다른데서 지내게 하느냐면서 너랑 현경이랑 같이 오라더구나."
현경이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말 했다.
"예? 저까지요? 저는 남인데...."
"걱정하지 말아라. 네 아버지랑 상의해서 내린 결정이니까. 넌 아무 걱정없이 잘 지내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그래도...."
"허허,걱정 말라니까 그러는구나. 그리고 넌 완전히 남도 아니고,예전에 네 할아버지가 우리식구들에게 얼마나 온정을 베푸셨는데. 사실 그때 아무것도 없이 빚에 쪼들려 도망다닐때 네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우린 아마 땅에 발 붙이고 살기도 힘들었을게다."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던 친구에게 미나가 미소를 띄우며 말을 건낸다.
"현경아. 걱정하지 말구 우리 가서 열심히 공부하자. 나도 니네 할아버지에 대해서 울아빠한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구. 절대 은혜를 잊지 말라고 하셨어. 그리고 우리 삼촌도 즐거운 마음으로 널 반기실 거야."
"그래. 네가 정 마음에 걸리고 빚지는 기분이 들면 나중에라도 성공해서 갚으면 되는거고. 그렇게 마음 먹을 필요도 없다니까. 지금도 네 할아버지 생각만 하면 괜히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가슴이 찡해 진단다."

그렇게 둘은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미 짐들은 소화물로 보낸 뒤였다.

비행기 안에서 미나와 현경의 표정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미나는 얼굴이 발그레 해질 정도로 기분이 들떠 있었지만 현경은 좀처럼 굳어진 얼굴이 펴질줄 몰랐다.
미나가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는 현경에게 말을 건낸다.
"현경아. 어디 아픈데라도 있는 거니?"
엷은 미소와 함께 말을 꺼내는 현경.
"아니,기분이 그냥 그래."
"에구,누가 신중한 아이 아니랄까봐.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우리 삼촌이 오죽 잘해 줄까봐 걱정이야."
"넌 삼촌이니까 그런거지. 난 남이쟎아." "괜챦아. 그리고 울아빠 말대로 나중에 성공해서 갚으면 되쟎아. 그냥 편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 봐. 좋은 마음으로 공부하러 가면서 무슨 근심 걱정이 그렇게 많냐?"

둘의 대화가 제법 무르익을 무렵 어느새 비행기는 공항에 착륙해 있었고 탑승객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둘을 태운 택시는 공항을 떠나 강남의 고급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정원이 커다랗고 담장이 높은 어느 집앞에 멈춰 섰다.

여전히 새초롬한 얼굴로 서 있는 미나를 옆에 두고 현관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마침 정원에 나와 있던 미나의 삼촌이 직접 문을 열어 준다.
안경을 썼고 마른 체구에 머리칼이 별로 없는 반대머리인 미나의 삼촌이 환한 얼굴로 미나의 등을 두드려 주며 반긴다.
"어서 오너라. 그렇쟎아도 지금쯤 도착할 것 같아서 막 나와 봤는데 딱 맞춰 왔구나."
"삼촌. 그동안 안녕 하셨어요? 작은 엄마도 건강하시죠?"
"그럼 그럼. 네 작은 엄마야 너무 건강이 지나쳐서 탈인걸."
고개를 숙이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문 안으로 들어서지 않고 있는 현경이를 본 삼촌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현경을 맞이 한다.
현경의 손을 반갑게 잡으며.
"현경아. 어서 오너라. 네가 미나랑 같이 온다고 해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말을 들어 보니 네가 우리지에 폐를 끼칠것 같아 걱정을 많이 한다던데 절대 그런 생각 할 필요 없어. 그냥 네 집에서처럼 편하게 지내면 되는 거야.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예."

미나와 현경은 삼촌의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간다.
삼촌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 갔을때 이미 모든 것이 준비 되어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안 모습을 본 미나는 환한 얼굴로 삼촌에 말을 건냈다.
"삼촌. 이 정도까진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너무 고마워요."
"이정도는 해줘야 삼촌 자격이 있지 않겠니?" 부모님 걱정 안하시게 둘이 모두 공부 열심히 하고 말썽만 안 부린다면야 이정도야 얼마든지 더 해줄 수 있지."

미나와 현경이가 앞으로 몇년간 살아갈 방에는 이미 고급 화장대와 침대,옷장등 모든 것이 준비 되어 있었다.
삼촌은 자꾸만 경직된 표정으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현경이의 등을 어루 만져주며 안심할 것을 말하고 곧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삼촌이 내려가자 대여섯 먹은 어린 아이처럼 침대에 벌렁 누워서 멀뚱이 서있는 현경을 바라 보며 환하게 웃는다.
"하하하하.... 현경아. 네 얼굴이 어떤지 아니? 배고파서 허겁지겁 밥을 먹다가 돌을 씹고서 찡그리는 표정 같아."
"내가 너무 신세를 지는것 같아. 아무래도 여기서 못 살겠어. 우리 아버지하고 상의해서 옮겨야 할까봐."
"에구,에구. 네가 자꾸 그러면 우리 삼촌까지 섭섭해 하시고 난처해 하실거야. 그냥 여기서 살자. 나도 너랑 같이 살았음 좋겠어. 그리고 넌 아직 많이 안 겪어 봐서 잘 모르겠지만 사촌동생들이 얼마나 재미 있는줄 아니?"

미나의 삼촌은 두명의 딸과 두명의 아들을 두고 있었다.
미나보다 세살이 위인 아들과 미나와 동갑인 대학1년생인 딸과 한살아래 아들 그보다 두살 아래 동생이 있었다.
미나와 사촌형제들은 매우 친했는데 방학때마다 부산으로 놀러와 놀고 가기도 하고 가끔 미나도 서울에 올라와 같이 지내기도 했었다.
사촌오빠인 영철은 대학교 3학년이었는데 음악을 한답시고 오래전부터 집에 들어오는 날보다 나가 있는 날이 많을 정도로 말썽을 부려서 오래전부터 집안에선 관심 외의 대상이었다.
가끔 돈이나 뜯으러 집에 들어오는 날 빼곤 거의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 였는데 이제 가족들도 지쳤는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집안의 장남은 공부와 거리가 멀었지만 둘째 아들은 성적이 좋아서 항상 아버지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언젠가 미나는 농담으로 사촌 남동생 영우에게,"네가 사촌동생만 아니라면 나이가 적지만 사귀어 보고 싶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185센티의 키에 하얗고 깨끗한 마스크,굵고 매력적인 음성과 말투,남을 배려할줄 아는 마음씨와 유머감각등이 충분하고도 넘칠 만한 매력대상이었다. 
 
[연재] 나쁜 친구들 -2- 

미나는 새로운 환경에 들떠서 한참을 싱글거리고 있었다.
그때 미나와 현경이가 있는 방문이 열렸고 교복을 입은 여자가 들어와서 미나가 앉아 있는 침대 쪽으로 다가 왔다.
"언니,기분이 좋은가 보네.
"응. 기분이 날아 갈 것 같아.
둘의 조우에 눈길도 주지 않고 책상 앞에 가만이 앉아 있는 현경을 알아낸 송이가 껴안으며 말을 건낸다.
"언니,언닌 왜 내가 왔는데 아는 척도 안해 줘. 실망이다.
그제서야 송이가 왔다는 것은 안 현경은 고개를 돌려 인사를 건낸다.
"미안해. 잠시 딴 생각에 빠져 있었어. 그동안 몰라 보게 변했구나."
"뭘. 난 그대로지. 언니는 곧 시집가도 되겠다. 한참 물이 올랐어. 얼굴도 더 예뻐지고 전에 볼때보다 훨씬 여성스러워졌구."
그제서야 현경은 약간 얼굴이 풀렸다.
"말이라도 고맙다."

한참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때 키가 커다랗고 가무잡잡한 얼굴에 긴머리를 묶은 청년이 들어 왔다.
"오빠,또 돈 뜯으러 왔구나?"
"코딱지만 한게 아버지뻘 되는 오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어떻게 오빠가 아버지 뻘이냐?"
"저건 산수도 모르나봐. 내가 열다섯 살때 결혼해서 애를 낳았으면 너만한 애가 충분히 생길 수도 있지."
영철과 송이는 웃으면서 농담을 받고 건냈다.
현경과 미나는 일어서서 영철에게 인사를 건냈다.
"영철오빠.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나야 뭐 늘 잘 있지. 집에 왔다가 미나가 왔다길래 얼굴이나 보려고 들어 왔어. 야아. 미나랑 현경이랑 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겠다. 너무 예뻐 졌는걸. 난 그럼 아름다운 미인도 구경했으니까 이만 가련다."
"오빠,벌써 가시게요?"

방에서 영철과 송이가 빠져 나가고 밤새 둘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미나야. 계속 잘거니?"
"아니,일어 나야지."

점심때 쯤 실내를 나무로 장식한 한 카페에 미나와 현경,송이가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송이야. 송은이는 교회 간다고 나가던데 넌 왜 교회에 안 다녀?"
"언니가 다닌다고 나까지 다닐 필요는 없쟎아. 그리고 언니가 교회에 갔는지 딴데로 샜는지 어떻게 알어?"
"딴데?"
"나도 잘은 모르는데 요새 남자친구랑 잘 돼 가나봐."
"그렇구나."
"언닌 남자친구 없어?"
미나가 피식 웃으며 대답 한다.
"나야 뭐 그런 쪽에 별로 관심도 없고 워낙 세상을 바쁘게 살다 보니까 말야."
"킥킥. 거짓말."
"글쎄,나도 잘 모르겠어. 전에 날 따라 다니던 남자가 있었고 나도 싫지는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눈앞에 안 나타나더라."
"쯧쯧쯧. 맘에 들면 당장 붙들어야지. 요샌 한나무를 열번씩이나 찍는 바보는 없어. 두세번 찍어 보다가 안 넘어가면 다른 나무로 옮겨 가버리지."
"그런가. 언젠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기겠지 뭐."
한참 깔깔 대며 대화를 나누는데 어린 남자가 다가와서 송이에게 말을 건낸다.
"여보,나야. 정확히 약속시간 1분도 안 넘기도 도착하느라 집에서부터 죽어라 뛰어 왔어."
"남편이 그정도 시간도 못 지키면 말이 안되지."
미나와 현경은 그 익숙하지 못하고 처음 보는 풍경을 약간 넋이 나간듯 구경만 하고 있었다.
송이가 얼른 일어나 그 어린 남자의 손을 낚궈 채고는, "언니들. 이제 약속시간 됐지. 난 또 다른 약속이 있어서 어딜 가봐야 해요. 언니들도 만나기로 한 친구들 잘 만나요." 송이와 그 남자아이는 급한 일이 있는 사람들처럼 곧장 그곳을 빠져 나갔다.
둘이 떠난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나가 먼저 말을 꺼낸다.
"어이 없네. 언젠가 어린애들끼리 부부처럼 말하고 논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보니까 황당하네."
그러게. 미나야. 잠깐 있어봐. 전화 좀 하고 올께."
응."
미나는 현경이가 전화를 하러 간 사이 카페의 실내 장식들을 바라보며 쥬스를 홀짝 거리고 있었다.

한 오분쯤 지났을까. 도로변에 있는 전화기를 내리고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현경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미나는 친구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까지도 누가 물어봐도 대답만 하고 찡그린 표정으로 내내 앉아 있던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들어 오는 것을 보고 무언가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 했다.
"무슨 좋은 일이나도 생긴거니? 웃으니까 너무 좋다."
"응. 방금 집에 전화를 했는데 아빠 사업이 잘 풀리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래."
"그래. 야,다행이다. 그동안 네 아빠 사업이 잘 안풀려서 니네 집이 온통 초상집 분위기였는데. 이제 너도 중학교때 잃었던 웃음을 다시 찾을 수 있겠구나." "응. 너무 기분이 좋아. 날아 갈 것 같아. 그동안 우리 아빠 공장에 쌓여 있던 물건들이 다 팔려 나가고 주문이 계속 쏟아져서 계속 바쁠 것 같다고 말씀 하셨어."

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직장에 취업을 해서 지낸다는 친구를 만나 낮동안 놀이공원에서 놀다가 오후 다섯시쯤 놀이공원을 빠져 나왔다.
거리를 거니는 세명의 여자는 얼굴에 웃으이 가득했다.
"희정아. 오늘 기분도 좋은데 좀 더 놀다 들어 가자. 아까 삼촌집에 조금 늦는다고 전화도 했구. 어디 신나는데 없을까?"
"놀데야 많지. 우리 기분도 좋은데 어디 가서 몸 좀 풀자. 신나게 마시고 신나게 흔드는 거야. 너희들은 그동안 공부 하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 했으니까 이 기회에 몸 좀 푸는 거야."
좋아. 가자."
셋은 의견을 통일하고 희정을 따라 나선다.

셋은 놀던 곳에서 희정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세명의 남자와 만남을 가졌고 놀던 곳을 같이 빠져 나왔다.
미나와 현경은 머뭇 거렸지만 희정은 세명의 연락처를 받아 내고는 그 곳에서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 왔을때 집에는 송이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언니들,벌써 들어 왔어. 아직 열시 밖에 안 됐는데."
"놀만큼 놀았으니까."
그때 송이의 방에서 아까 낮에 보았던 어린 남자가 나왔다.
송이가 활짝 웃으며 남편이라 부르는 어린 남자에게,
"소원 풀어 줬으니까 됐지. 그럼 며칠 있다 학교에서 보자."
"여보. 너무 고마워. 그동안 너무 외로워서 혼났어. 난 당신만을 위한 일편 단심 민들레야."
미나는 둘의 대화가 재미 있는지 웃으며 둘을 쳐다 본다.
곧 인사를 마친 그 남자 아이는 의기 양양하게 집을 빠져 나갔다.
"너희들 진짜 부부 같어."
"고마워. 진짜 부부야. 우린.
미나의 방에서 셋은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근데 왜 집이 썰렁해.
"가정부 아줌마는 집에 일이 생겨서 몇일 후에 온댔고 아빠는 출장 가셔서 일주일 뒤에나 오실거고 엄마는 아프리카 구호 물품 전하러 아프리카 가셨고 큰 오빠는 남의 집 자식이고 영우오빠는 미국에 있고 언니는 집에 엄마 아빠 없으니까 신났지 뭐. 오늘 안 들어 올지도 몰라."
"그래도 여잔데 아무리 집에 부모님이 없다고 안 들어 오면 어떡해."
"울 언닌 공부도 좀 하쟎우. 언니들이 다닐 대학보다는 좀 쳐져도 알아주는 대학에 들어 가니까 가끔씩 핑계대고 자고 와도 엄마 아빠는 별 의심도 안해."
"며칠 있으면 개학 하겠구나."
"응. 근데 너무 따분하다. 여자 세명이서 뭘 하고 노남. 언니들 여기 있어봐. 먹을 것좀 더 챙겨 올께."

아래층으로 내려간 송이는 몇 병의 맥주와 안주거리를 들고 들어왔다.
"아니 그게 뭐야."
"그냥 심심하니까 한잔 하자구."
"너,술도 마시니?"
"고 일이나 됐는데 술도 못 마실까봐."
샤워하고 나오던 현경이가 그 장면을 보더니 멈짓 하다가 말을 꺼낸다.
"야,송이는 어른들 하는건 다 하는구나. 그런데 어쩌지. 우린 아까 술을 마시고 들어 왔는데."
"에이. 왜 들 그러실까? 아까 미나언니 말 들어 보니까 좋은 소식도 있다면서. 내일 특별히 할일도 없을텐데 좀 더 취하면 어때."
"그래. 현경아. 이 사실을 삼촌이 알면 혼 날지도 모르지만 너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잠도 잘 안 올거야. 송이가 너무 심심해서 그런가 본데 기분 좀 맞춰 주자."

술자리의 술이 줄어드는 만큼 대화도 점점 깊어 갔다.
"우리 따분한 이야기 말고 좀 더 재미난 이야기를 해볼까?"
"재미난 이야기 있음 해봐."
"뭐 그냥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아참,그런데 아까 이쁘장하게 생긴 애랑 뭐하고 놀은 거니?" "응. 뭐 그냥...." 말 끝을 얼버무리던 송이가 둘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 보다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입이 근질거리는 것 같아 보였다.
"언니들. 언니들도 다 큰 어른이니까 내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 해줄까? 근데 꼭 비밀은 지켜준다고 약속을 해 줘야 해."
동생의 말에 피식 웃으며,"무슨 이야긴데 그래."
"에이. 말 안할래. 그렇게 장난치듯 대답하면 어떡해."
"말 한대 놓고 안하면 더 궁금해 지쟎아. 알았어. 비밀은 지켜 줄테니까 한번 말해 보렴." "나,아까 그애하고 진짜 부부 사이야. 법적으로만 아닐 뿐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아까도 나랑 놀다 갔는걸."
"노는게 부부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참네. 나랑 살을 섞었다니까."
미나와 현경이는 송이의 말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너,설마."
"뭘 놀라고 그래. 요새 그런 애들 많은데. 어른들은 원조교제다 뭐다 돈으로 어린 여자들 데리고 놀면서 어린애들끼리 놀면 안되나 뭐."
현경이가 너무 놀랍다는 듯이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래도 그렇지. 아직 어린 학생인데.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어떻게 들었을까?"
"나두 그걸 밝히는건 아니지만 해보니까 별로 나쁘지도 않던걸."
미나는 조금 귀가 솔깃해 져서 송이의 입을 주시했다.
"몇 번이나 해봤어?"
"호호호. 언니들 진짜 순진한 거야. 아니면 순진한척 하는 거야. 설마 언니 아니에 안 해봤다면 거짓말일테구."
"아냐,난 진짜 안해 봤어. 아직까지 에로비디오도 한번 못 봤어. 진짜루."
"설마 언니들이 나한테까지 거짓말은 안할테구 믿도록 하지 뭐. 근데 내 친구들은 거의 다 경험이 있어. 낮에 학교에서 자고 저녁때쯤 공부하러 도서관 간다고 나와서 원조 뛰는 애들도 여럿 있구. 아예 학교 안나오고 집 나가서 그쪽으로 빠진 애들도 있는걸."
"햐,정말 요지경 속이구나. 뉴스에서나 듣던 이야기가 실제로 그렇게 많이 벌어 지고 있다니."
현경이도 관심이 간다는듯 대화에 동참하려 했다.
"어디 그 뿐인감. 학교에서 섹스하는 애도 있는데."
"에이,설마." 
 
  [연재]나쁜 친구들-3-

 미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눈으로 사촌동생을 바라봤다./ 
 "네가 봤어?"/ 
 "아니. 난 못 봤지만 체육선생한테 걸렸어. 원래 알아주는 애들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학교에서 퇴학시키려다가 말았지."/ 
 "그럼 학교는 계속 다니는 거야?"/ 
 "응. 돈으로 어떻게 했겠지. 퇴학은 안 당하고 그냥 다른 학교로 전학 갔어."/ 
 "햐- 정말 대단하구나. 그런데 넌 그 애하고 몇 번이나 해 본거니?"/ 
 "난,그렇게 많이 하진 않구. 열 몇번쯤 될거야."/ 
 "기분이 어때?"/ 
 "솔직히 말해서 잘은 모르겠어. 뭐 그리 대단히 재미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래. 짜식이 좋아하니까 해주는 건데 그렇다고 싫진 않드라. 아주 근사한 남자랑 하면 재미있을지도 몰라."/ 
 "아깐 기분이 어땠어?"/ 
 "일주일만에 기회를 줬더니 너무 무식하게 달려 들어서 조금 아팠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미나와 현경은 송이의 말에 빠져 들었다가 현경이가 조금은 쑥스러웠는지 피곤하다면서 자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미나와 현경이가 서울에 온지도 열흘이 다 되어간다./ 
 이제 오늘은 정식으로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러 다니게 된다./ 
 미나와 현경이는 처음 등교하는 날이니만큼 일찍 학교에 가기로 하고 학교에 가기위해 지하철에 오른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의자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으나 지하철은 오지 않았다. 한 십분쯤 지났을까 중간에 오던 지하철이 고장나서 멈춰서는 바람에 소통이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직원의 멘트가 나오더니 다시 십분이나 흐른 시각에 지하철이 온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평소,같은 시각엔 항상 지하철이 한가했지만 지하철이 고장 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지하철이 오자마자 사람들은 길게 늘어서 있던 대열이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서로 먼저 타겠다고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겨우 올라탄 지하철에선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비명소리도 들려오고 한참 어수선해져 버렸다./ 
 사람이 너무 많아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서 겨우 복도 중간쯤에 자리를 고정할수 있었다./  손잡이도 잡지 못하고 현경이와 나란이 서있던 미나는 가슴이 사람들에 의해 눌려지자 두손으로 가슴쪽으로 손을 올려 사마귀처럼 웅크려서 방어를 했다./ 
 지하철의 문이 닫히고 한정거장을 지나칠무렵 미나의 엉덩이에 이상한 감촉이 전해왔다./ 처음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손은 떨어질 줄 몰랐고 약간씩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학교가 가까워서 걸어서 등교를 했으므로 등교때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본적이 없었고 간혹 버스나 지하철을 타더라도 그리 혼잡하지 않아서 아무런 일이 없었었다./ 
 그런데 막상 치한의 손이 다가오자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손을 피해 움직여서 다른 곳으로 가려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좀처럼 제자리를 벗어나질 못했다./ 
 치한의 손은 점점 활발해지더니 용기를 얻었는지 미나의 엉덩이 아래쪽으로 계속 파고 들어 왔다./ 화가 난 미나는 고개를 돌려 그사람을 째려 봤는데 교복을 입은 짧은 머리를 한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였다./ 
 그 중학생은 미나가 째려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시선은 다른 곳에 두고서 미나의 엉덩이를 열심히 더듬고 있다가 미나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금새 손을 뗐다./ 
 미나는 옆에 서있던 현경에게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짓과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두 정거장이 지날때까지도 좀처럼 사람은 줄지 않았다./ 
 그 중학생도 미나의 옆에 서 있기는 했지만 미나의 엉덩이를 더이상 더듬지는 않았다./ 
 그 중학생의 손은 다시 현경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경은 미나와는 달랐다./ 
 화가 난 얼굴로 그 중학생의 얼굴을 노려 보더니 커다란 소리를 내 질렀다./ 
 "이봐요! 그 손좀 치워 주시겠어요!" 
 미나도 깜짝 놀라 중학생에게 시선을 줬고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어린 학생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가득 들어찬 사람들을 힘겹게 밀쳐내고 출입구 쪽으로 나가더니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듯 했다./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고 처음으로 황당한 일까지 당한 미나와 현경이는 목적지에 내려서 화장실로 달려가 흩어진 옷 매무새와 머리를 가다듬고 학교로 향했다./  
 다행히 학교에 도착했을때는 집에서 일찍 나와서 강의실에는 서너명만 모습을 비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한참이 지나서 강의가 시작되었다. 수업을 담당하게 된 교수는 여성이었는데 텔레비변에서 몇 번 본적이 있었던 마일광이라는 유명한 교수였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왔을때 집에는 송미만 정원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문으로 들어서자 마자 송미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했다./ 
 "미나야. 안녕. 현경이도 오랫 만이야."/ 
 "응. 반가워. 그동안 몰라보게 예뻐 졌구나."/ 
 현경이가 말했다./ 
 "야-- 사년전에 키 조그맣고 안경쓰고 비쩍 마른 애가 이렇게 변하다니. 
너무 예뻐져서 얼굴도 몰라 보겠어."/ 
 "돈 좀 들였지 뭐."/ 
 "돈?"/ 
 "여기 저기 뜯어 고치고 눈도 수술하고. 요즘 세상에 성형 안하는 애들이 어딨어. 다들 시대에 맞춰 사는거지."/ 
 "근데 오늘도 어른들은 안 오시는 건가?"/ 
 "멀리 갔는데 금방 오겠어. 한 일주일쯤 있다 오겠지."/ 
 "가정부는?"/ 
 "가정부도 한 일주일쯤 후에 오려나봐."/ 
 "쌀쌀한 날씨에 방에 안 있고 왜 나와 있어?"/ 
 "그냥. 손님이 오기로 했거든."/ 
 "어떤 손님?"/ 
 송미는 새끼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애인이 오기로 한 모양이구나."/ 
 "응. 너희들은 먼저 들어가 있어. 금방 오기로 했으니까. 오면 소개시켜 줄께."/ 
 현경이와 미나는 곧 안으로 들어갔다./ 
 미나가 옷을 갈아 입고 텔레비젼을 보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송미가 남자 한명을 데리고 들어 왔다.// 

 밝은 웃음을 띈 송미가 그 남자를 데리고 와서 미나가 있는 소파에 앉히더니 말을 꺼냈다./ 
 "송미야. 인사해. 내 애인이야. 얘는 송미라고 동갑인 내 사촌이고 이 근사한 남정네는 심은철이라고 해."/ 
 미나는 엉거주춤 반쯤 일어서서 인사를 했고 그 사내도 약간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앉았다./ 
 "안녕하세요. 전 성미나라고 해요.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왔어요."/ 
 예. 안녕하세요. 저는 심은철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도식적인 인삿말이 오가고 미나는 처음 보는 남자가 있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텔리비젼 화면만 주시하고 있었다./ 
 "현경이는 어디 간거야? 애인 소개시켜 준다고 했는데 금새 어딜 간 거야."/ 
 "응. 아직 샤워 중인가 봐. 곧 내려 온다고 했는데."/ 
 그때 현경이가 윗층에서 간편한 옷차림으로 물기에 적신 풋풋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내려와 미나의 옆에 앉는다./ 
 "현경아. 내가 소개시켜 준다고 했던 내 애인이야. 인사해."/ 
 둘의 인사가 오갔고 송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얼랠래. 너희 둘 은철씨한테 뿅 갔구나. 넘볼걸 넘봐라. 다른건 줄수 있어도 은철씨는 안돼."// 

 조금은 어색한 시간이 한시간쯤 흐른후 미나와 현경이는 송미하고 애인이라는 처음보는 남자와 헤어져 미나의 방으로 올라와서 침대에 누웠다./ 
 "현경아. 이제 뭐하지. 너무 시간이 남아 도니까 그것도 문제네."/ 
 "난 책이나 좀 보려구."// 

 미나와 현경은 같은 이층에 있는 서고에서 책을 얼마든지 읽어도 좋다는 말을 미나의 삼촌에게서 들었다./ 
 "미나야. 우리 같이 서고에 있는 책들 구경가지 않을래?"/ 
 "좋아. 가보자."// 

 미나와 현경이가 넓은 서고에 들어 섰을때 수많은 책들에 놀랐다./ 
 "이야- 마치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구나."/ 
 "그러게 말야. 이 많은 책을 다 읽으려면 평생 읽어도 못 읽겠다."/ 
 현경은 안쪽으로 들어가 책을 이것저것 훑어 보다가 커피색 겉장을 가진한권의 책을 골랐다./ 
 "그게 무슨 책이야?"/ 
 "오래된 소설책."/ 
 "소설 읽으려구."/ 
 "응. 그동안 책도 많이 읽지 못했으니까. 넌 뭘 골랐어."/ 
 "아니. 난 그냥 별로 책 읽고 싶은 생각 없어."/ 
 둘은 곧 서고를 빠져 나왔다./ 
 서고를 나와 미나의 방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글쎄 멀리서 들리는 비명소리 같은데."/ 
 "가보자."/ 
 "어딜. 무서워."/ 
 미나는 무서우니까 소리나는 쪽으로 가지 말자고 했지만 현경은 아뭇소리 없이 소리나는 쪽으로 향했다./ 
 자꾸만 소리는 커졌는데 소리나는 곳이 윗층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현경이는 꼿꼿하고 당당하게 소리나는 쪽으로 향했지만 미나는 현경의 뒤에 붙어 웅크린 자세로 살금살금 따라 나섰다./ 
 "아아아-- 아아아--" 
 소리는 점점 커졌다./  
 소리의 종착지에 다가온 두사람은 그 소리가 송미의 방에서 들려 온 것임을 알았다.// 

 "아아아-- 아악--"/ 
 미나와 현경이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경험은 없었지만 대충 짐작할수 있었다./ 
 "미나야. 내려가자."/ 
 보일러 장치가 잘 된 집이어서 밖은 쌀쌀 했지만 안은 제법 더웠다./ 
 송미와 은철은 아무도 없는 집이어서 아마도 방문을 열어 놓고 대담하게 밀애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집은 미나가 오래전 어릴적에 놀러와서 윗층에서 사촌들과 쿵쾅거리고 놀았어도 아랫층에 소리가 전달되지 않을 정도로 방음도 잘 된 집이어서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현경이는 송미의 방안을 한번 흘낏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나에게 나지막히 내려갈 것을 말했다./ 
 미나는 손을 내저으며 현경에게 먼저 내려가라고 말했다./ 
 "현경아. 너 먼저 내려가 있어."/ 
 "같이 내려가자. 들키면 곤란하쟎아."/ 
 "안 들키면 되지."/ 
 "그럼 난 먼저 내려간다."/ 
 "그래."/ 
 현경이는 미나를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난다.// 
  
  [연재]나쁜 친구들-4-

 현경이가 방으로 내려 간 뒤 미나는 놀란 토끼눈으로 손을 가슴에 얹고 심호흡을 한번 한다음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을 지켜 보기로 마음 먹고 반쯤 열린 방문의 옆에 기대어 약간 머리를 안으로 들이 밀었다. 
 "아아--- 아프단 말야. 오늘은 왜 이렇게 급해?" 
 "미안해. 그렇게 아파?" 
 "아파. 아직 준비가 덜 됐나봐. 우리 처음부터 다시 하자. 설마 무드 깨졌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알았어. 이번엔 만족시켜 줄테니까 처음부터 다시 하자." 
 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경직 되어 옴을 느꼈다. 
 "나,안아 줘." 
 송미는 송미의 애인인 은철의 품에 안긴다. 
 "송미야. 잠깐만. 일단 팔 좀 놔줄래. 내가 화끈하게 해 줄께." 
 송미는 감았던 손을 풀었다. 
 송미가 손을 풀자 침대 아래로 내려선 은철은 송미에게 안길 것을 요구했다.  
 송미가 다시 은철에게 안기자 은철은 송미를 번쩍 들었고,곧 매미가 나무에 붙어 있는 형상을 하게 되었다.  
 송미가 애인의 몸에 안겨서 환하게 웃다가 미나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미나는 깜짝 놀라 얼른 얼굴을 감췄지만 금새 송미의 반응이 궁금해진 미나는 다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송미는 환한 얼굴로 미나를 똑바로 바라 보면서 마치 잘 지켜 보라는 듯한 눈짓을 보냈다. 순간 미나는 이 장면을 더 지켜 볼 것인가 그냥 아랫층으로 내려 갈 것인가 조금의 갈등이 생겼지만 떨리는 마음을 추스리고 그냥 지켜 보기로 했다.  

 원래 더러운 걸레는 더러운 곳을 헤메도 별로 더러워 지지 않는다. 하지만 깨끗한 수건을 걸레대용으로 썼다간 금새 더러워 지고 만다. 미나는 아직 깨끗한 수건 같은 존재였다. 미나는 그동안 공부에 파묻혀 흔하디 흔한 에로비디오 한편 못 본 처지였다. 우연히 텔레비젼에서 해주는 온통 가위질 당한 에로영화를 보긴 했지만.... 
 눈앞에 벌어지는 남녀 한쌍의 사랑장면을 봤을때 죄책감 같은 것 때문에 떨리기는 했지만 아주 작은 엿보기 심리 같은 것도 생겨 났다. 그것은 남의 애정행위를 보면서 자극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그냥 단순히 그동안 접해 보진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에 지나지 않았었다. 
  
 은철은 송미를 침대 맡에 앉혔다. 
 미나는 송미와 가까운 곳에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되었다. 
 은철은 미나가 지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 저 커다란 유방.' 
 미나는 속으로 송미의 커다랗고 탄력 넘치는 유방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이 자신의 유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 유방은 작고 초라한데...' 
 미나는 아직 성경험이나 애인같은 것은 사귀어 보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은 큰편에 속하는 유방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냈다. 
 은철은 모서리에 걸터 앉은 그녀를 천천히 눕혔다. 
 송미의 상반신은 침대에 누워 있게 되었고 하반신은 침대 밖으로 나왔는데 은철은 송미의 허벅지를 두손으로 붙잡고 보지 쪽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은철은 송미의 성기에 얼굴을 파묻고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흡인시켰다. 
 삼분정도 송미의 성기를 핥던 은철은 얼굴을 떼고 누워있는 송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송미야. 기분이 어때?" 
 "좋았어. 나두 네꺼 빨아 줄께." 
 "그래. 그럼 우리 같이 하자." 
 둘은 다시 침대위로 올라가서 금새 다시 합쳐 졌다. 
 송미는 미나가 있는 쪽으로 엉덩이를 돌려 세우고 은철은 아래쪽에 누워서 송미의 보지를 빨기 시작했고 송미도 누워 있는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쪽쪽-- 쪽쪽.." 
 "하하하. 호호호." 
 미나는 기분이 최고조에 이른듯 연신 즐거운 웃음을 터트리며 열심히 애인의 자지를 빨아댔다. 

 엉덩이에 얹혀 있던 은철의 손은 금새 송미의 음문을 살짝 벌리고 소음순을 핥았다. 계속 핥던 은철의 길다란 혀는 구멍을 향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미나가 그 장면을 보면서 성적 흥분같은 것은 강하지 않았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왠지 부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 키크고 잘생긴 근사한 남자랑 사귀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저렇게 할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아아악." 
 계속 웃음을 터트리던 송미가 갑자기 짜증 섞인 외마디 소리를 냈다. 
 "손가락 넣지마!" 
 "미안,미안." 
 "손가락은 아프단 말야. 기분도 안 좋구. 다시 혀로 애무해 줘." 
 계속 힘들게 여자의 엉덩이에 붙어 있던 남자의 머리가 잠시 밑으로 떨어졌다. 
 그때 미나는 송미의 탐스런 보지에 놀란다. 
 어린시절엔 같이 목욕탕도 다니곤 했지만 그다지 송미의 몸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어린시절이어서 몸의 굴곡도 생기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송미의 커다랗고 탄력 넘치는 유방과 잘 익은 석류 같은 탐스렇고 털이 탐스렇게 자라난 보지를 보자 너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는 자신의 성기를 관심있게 쳐다본 적은 없었지만 가끔 목욕탕의 거울로 본 자신의 모습은 빈약한 가슴과 가느다랗고 듬성듬성 돋아난 음모를 볼수 있었다.  
 남녀의 오럴은 더욱 격정적으로 타올랐다. 
 "아---- 아----" 
 송미는 빨던 자지를 놓치고 갑자기 얼굴이 천정 쪽으로 치솟더니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은철은 계속 몇 십초간 보지를 빨다가 입을 뗐다. 
 은철은 멍해져 있는 송미를 아무말 없이 가지런히 눕히고는 말했다. 
 "송미야. 기분이 어때." 
 "하아----" 
 "나도 네가 내 자지를 너무 강하게 빨아줘서 싸는 줄 알았어." 
 시간이 조금 흐른후 송미가 정신이 들었는지 말을 꺼냈다. 
 "너무 기분 좋았어. 빨리 하자." 

 미나는 계속 커다란 눈을 뗄 줄 몰랐다. 
 자신도 모르게 입이 반쯤 벌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어린 아이의 성기를 빼고는 남자의 성기는 처음 보는 미나는 은철의 성기를 보고서 조금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남성의 성기에 대해서 오래 생각해 보지는 않았으나 엄마가 보던 여성잡지에서 이상 야릇한 연재소설 몇장을 보았을때 조금은 남성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저 벌거벗은 커다란 동상의 그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발기란 단어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발기된 남성의 성기를 보기는 처음이었고 흔하디 흔한 포르노 사진 한번 안본 그녀였다. 그녀는 아마도 한국인들이 성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이 많은 것도 학창시절에 너무 억눌려 있다가 갑자기 터지는 폭탄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도 형식적이고도 짧은 성교육시간이었고 미나는 성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지만 또래의 친구들은 성교육시간엔 다 아는 걸 뭐하러 시간 낭비하느냐며 엎드려 잠을 자던 아이도 기억해 냈다. 

 공부벌레인 미나는 그런 쪽에 관심을 둘 여유도 없었지만 또래의 친구들은 이미 그런 쪽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하던 때가 있었다.  
 막대처럼 꼿꼿히 선 자지를 송미의 보지에 밀어 넣는 것이 보였다. 
 미나는 커다랗게 보였던 그것이 송미의 보지가 금새 삼켜 버리는 것을 보고 또 놀라워 했다.  
 그동안 미나는 자신의 성기를 단순히 노폐물 제거의 수단으로 밖에 사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그런데 또 한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동안 미나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눌때 단순히 남자의 성기를 여자의 성기에 삽입하는 정도로만 알았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엉덩이는 곧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하던 엉덩이가 금새 커다란 움직임으로 변했고 속도는 백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빨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런 반응도 없던 송미는 곧 신음 소리를 뱉어 냈고 신음소리에 달궈진 남자의 몸놀림은 최고조로 올랐다. 
 침대는 남녀의 커다란 움직임에 요동으로 변했고 남자는 계속해서 강하게 송미의 성기를 공략해 갔다. 
 "아아아--- 으으음--- 아아아아---" 
 아무말 없이 성행위에 집중하고 있는 남녀를 보면서 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이 자신의 사타구니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랬다. 그렇지만 그냥 손이 하는대로 놔 둘수 밖에 없었다. 자꾸만 손은 사타구니를 자극시켰고 하복부가 뜨거워져 옴을 느꼈다.  
 그것은 너무나도 강렬한 자극이었다.  
 이런것 때문에 사람들이 섹스를 즐거워 하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손은 더욱더 그녀의 보지를 세차게 몰아 붙였고 처음 느끼는 황홀한 감정이었다.  
 계속해서 손이 움직이자 미나는 자신의 보지에 나타나는 이상한 반응을 알수 있었고 무엇인가 뜨뜻한 액체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얼른 단추를 풀어 팬티속에 손을 집어 넣었을때 조금 끈적한 액체의 감촉이 손에 느껴졌다. 그리고 작은 그녀의 유방이 평소보다 부풀어 올라 있었고 제법 딱딱해져 있다는 신체의 반응도 느낄수 있었다. 
 남녀의 정사는 극에 달해서 신들린 무당의 움직임과 흡사했다. 
 그렇게 강하게 움직이던 남자의 움직임이 갑자기 급하게 멈춰 서버렸고 미나도 더이상 보지에 손이 가질 않았다. 
 "하아---" 
 "으---으-음--" 
 남자는 송미와 엉켜 붙은채로 사정을 했고 껴안고 어루만져 주었다. 송미는 여전히 흥분이 가라 앉지 않는지 신음 소리만 내고 있었다. 

 시간이 몇분 흐른후 송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벌떡 일어서서 화장지로 남자의 자지를 닦아 주었고 먼저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몇일 굶은 사람처럼 힘없이 앉아 멍하니 한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격정적인 섹스를 감상한 미나는 방금 난생 처음 했던 자위행위에 죄책감을 느끼고 곧 옷을 추스린 다음 아래층 방으로 내려 왔다.  

 아랫층 미나의 방으로 내려 왔을때 현경은 혼자서 책상에 앉아 아까 찾아 냈던 오래된 소설책에 빠져 있었다. 미나가 들어 왔는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책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현경아. 재미 있어." 
 현경은 그제서야 친구가 들어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계를 한번 힐끗 보더니 한시간 가까이 뭘하고 왔냐고 물었다. 
 "그냥." 
 책을 읽던 현경의 시선은 친구의 얼굴로 향했다. 
 "미나야. 무슨 일 있었니?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인다." 
 "아냐. 괜챦아." 
 "윗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그걸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응." 
 "그렇게도 궁금했어?" 
 "....." 
 현경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그런걸 뭣하러 구경하니? 그냥 책이나 읽지." 
 "몰라. 나,샤워나 할래." 
 미나는 뭔지 모를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을 씼어내고 싶었다. 처음 보는 생소한 광경에 조금은 놀랐고 작은 죄책감 마저 들었다.  
     
  [연재]나쁜 친구들-5-

 샤워를 하고 있는 미나의 나체는 약간 갸날프고 가슴이 크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허리선과 균형 잡힌 몸매였다.  
 온몸에 묻은 비누칠을 시원하게 물로 씻어 내고 아까 보았던 사촌의 정사장면을 생각하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송미의 몸매와 자신을 비교해 보았다. 
 아무리 자신의 몸을 유리하게 평가하려 해도 송미의 커다랗고 탱탱한 유방과 털이 수북하게 돋아난 송미의 보지와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내 성기도 제법 돌출되어 있긴 한데.... 아무래도 음모가 너무 없어. 가슴은 또 어떻구.' 
 미나는 샤워를 하고 얼마 있다가 침대에 누웠다. 
 "아니,초저녁부터 자려구." 
 "조금 피곤해서. 한시간쯤 자고 일어나서 나도 책이나 읽어 볼까?" 
 "너,요새 며칠사이에 이상해진거 아니?" 
 "뭐가?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너무 들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래. 난 잘 모르겠는걸." 
 "난 아무래도 여기서 오래 못 있을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없으면 어떡하라구." 
 "너랑 나랑 공부하러 서울까지 왔는데 여기는 도저히 공부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무엇 때문에. 혹시 내 사촌들 때문이니?" 
 "그 문제가 가장 크지. 송미나 송이가 하는 것을 보니까 자꾸만 내가 여기 있을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그거야 네 말마따나 신경을 끊으면 되지." 
 "글쎄." 
 "그냥 여기 있자. 니네집 사업도 잘 풀리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잘 되기 시작했으니까 네가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말하면 부담이 될지도 몰라." 
 "그래. 그럼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자." 
 그때 밖에서 송미의 소리가 들렸다. 
 "나 좀 들어가도 되니?" 
 "응. 어서 들어와." 
 송미가 방으로 들어와 조그만 화장대 의자에 앉았다. 
 "피곤하니?" 
 "조금." 
 송미는 책을 읽고 있는 현경에게 시선을 두고 말했다. 
 "재미있니?" 
 "응,조금." 
 "좀 떠들어도 관계 없지." 
 "그럼. 물론이지." 
 현경은 읽던 책을 덮어두고 미나의 침대쪽으로 의자를 돌려서 앉았다. 
  
 송미는 미나와 현경의 얼굴표정을 한번 살펴 보더니 말을 이었다. 
 "미나야. 아까 예술작품 감상한 기분이 어땠어?" 
 "몰라." 
 "현경이랑 같이 구경하지 않구." 
 시선을 창 밖으로 둔 현경이 말했다. 
 "난 그런데 관심 없어." 
 현경의 말이 우습다는듯 송미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처음엔 다 그렇지. 나도 처음엔 도저히 못할 것 같았으니까." 
 "난 사랑이 없는 섹스는 무의미 하다고 생각해." 
 누워 있던 미나가 몸을 일으키면서 앉았다. 
 "애인이라는 사람은 갔니?" 
 "아까. 내 애인 멋있지 않니?" 
 "멋있더라." 
 "근데 현경이가 말한 사랑이 있는 섹스의 기준이 뭐야? 반드시 부부간에만 해야 하는 성스러운 행위라고 말하고 싶은거니?" 
 "글쎄. 내가 고로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미나는 어떻게 생각해." 
 "난 뭐 그냥 결혼은 하지 않았더라도 서로가 사랑하고 동의를 한다면 할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난 섹스를 진짜 훌륭한 스포츠라고 생각해. 그냥 하는 거야. 은철이 말고도 여러명의 남자와 경험을 해 봤지만 그때마다 기분이 다르거든. 스포츠도 재미가 없으면 관중이 몰리지 않듯이 섹스도 즐겁지 않으면 안하면 되는거고 즐거우면 하는거야.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얘들이 할머니 같은 소리만 하고 앉았네. 미나는 아까 내가 하는 것을 보았으니까 알거야. 난 너무 기분이 좋았어." 
 현경은 어쩔수 없이 송미의 대화 상대가 되어 주긴 하지만 그런 이야기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미나는 조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까 보았던 정사장면과 송미의 말들을 연결시켜서 머릿속을 정리해 나갔다.  
 꽤 길어진 대화는 끝나고 송미는 자기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오후,미나는 서울에 있는 다른 친척집에서 불러서 갔고 커다란 집안에는 현경이와 송미만 있었다.  
 정원에 있는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두사람은 누군가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것을 발견하고 문을 열어 준다. 
 "큰오빠. 무슨 일로 왔어요." 
 "돈 뜯으러 왔다." 
 "어쩔까? 엄마,아빠 아무도 없는데." 
 "돈 뜯으러 온거 아냐. 넌 나만 보면 집에 돈 뜯으러 온 사람처럼 취급하더라." 
 "실제가 그러니까 그런거지." 
 "내가 나중에 뜨면 잘 해 줄테니까 제발 구박좀 하지 말아라." 
 "하하하. 오빠가 뜬다구. 요새 스무살도 안된 남자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오빠 실력으로 언제 떠. 개구리 수염 날 무렵이나 뜰라나." 
 "그림도구 좀 챙기러 왔으니까 제발 앵앵 거리지 말고 오빠 좀 놔두렴." 
 의자에 앉아 있던 현경이가 대문앞까지 다가와서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빠." 
 "안녕. 안 본새 더 이뻐졌네." 
 "예,뭐... 그럼 저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송미야 나 먼저 올라간다." 
 "먼저 올라가게." 
 "예." 
 "언니. 올라가서 또 책 읽으려구." 
 "응." 
 현경은 웃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아버지,어머니는 어디 갔냐?" 
 "아빤 일본 갔고,엄마는 또 아프리카 갔는데 무슨 나라로 갔는지는 나도 몰라." 
 "언제 갔는데. 언제 온다는 소린 없었어?" 
 "그저께 갔으니까 한 일주일 후에만 오겠지." 
 "가정부도 없다며 밥은 어떻게 먹냐?" 
 "시켜먹지 뭐. 미나언니가 밥한다고 했는데 뭐하러 그래. 근데 오빠 언제 나갈거야." 
 "난 뭐 그림도구 챙겨 갖고 가야지." 
 "노래도 못하면서 그림까지 그릴려구." 
 "노래만 하다보니 심심할때도 있고해서...." 
 "그럼 난 나간다." 
 "어딜 가려구." 
 "놀러가지. 내가 공부하러 갈까봐 걱정이야. 그때까지 집지키고 있을거지."  
 "글쎄다." 
 송미는 웃으며 얼른 대문 밖으로 나간다. 

 영철은 대문을 잠그고 화구를 찾아 보기 위해 2층에 있는 창고방을 향했다.  
 창고방을 들어가려는데 영철의 눈에 현경이가 홀로 서고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반쯤 열린 문을 통해 들어 왔다. 
 '오. 저 하얗고 물오른 허벅지.' 
 영철은 자세를 약간 숙여 책상 밑 스커트 안의 속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책에 정신이 팔려 있던 현경은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들어 문쪽을 바라 본다. 
 "어머!" 
 뚫어져라 현경을 바라보는 영철의 시선이 너무나 이상함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인사했다. 
 "영철 오빠 오셨어요? 책 읽으시려구요?" 

 영철은 아뭇소리 없이 현경이가 있는 쪽으로 다가 갔다. 
 대담한 성격의 현경은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태연한 몸놀림을 유지했다.  
 "책 읽으러 오셨나 보군요?" 
 "현경아. 너의 자태가 너무 아름답구나." 
 "그럼,저먼저 내려 갈께요." 
 현경은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자신에게 느린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영철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직감했다. 
 현경이가 일어서서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자 영철은 커다란 손으로 현경의 팔뚝을 잡았다. 
 억센 손으로 세게 쥐어진 팔이 아팠지만 태연하게 말했다. 
 "영철오빠. 왜 그러시죠?" 
 "난 지금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겠어. 너의 아름다운 자태와 감미로운 향기가 나를 미치게 하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죠? 저는 그냥 내려 가겠습니다." 
 영철은 현경을 덥썩 끌어 안고 현경의 엉덩이를 더듬기 시작했다. 
  
 보통의 여자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떼어 놓으려고 노력을 했을 테지만 현경은 손도 움직이지 않고 영철이 엉덩이를 더듬는 것에 신경쓰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영철오빠. 저한테 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이러시면 안됩니다. 그만 저를 놔 주세요." 
 분노에 찬 현경의 눈을 힐끔 쳐다본 영철은 더이상 현경의 눈과 마주치려 하지 않고 더욱 세차게 껴 안았다. 그리고 서서히 그의 손은 그녀의 스커트를 올리고 있었다.  

 대담한 성격의 현경이었지만 무서운 생각이 들었고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영철을 떼어 놓으려 몸부림 쳤다. 
 "꺄아아악! 도둑이야! 사람 살려요!!" 
 "흐흐흐흐.. 아무리 소리쳐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걸." 
 현경은 영철의 팔뚝을 물어서 주춤 하는 사이 도망치려 했다.  
 "아아아-" 
 영철은 팔이 아팠는지 현경의 몸에서 손을 뗐다. 
 재빨리 문쪽으로 서너발짝 도망쳤지만 크고 억센 그의 손에 머리채가 잡혀 버렸다. 
 "아아악! 놔! 놓으란 말야!!" 
 현경은 절규에 가까운 커다란 소리를 내 뱉으면서 도망치려 했지만 결코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내가 잘 해줄테니까 제발 가만이 있어. 자꾸 이러면 나도 생각이 바뀌는 수가 있어!" 
 "영철오빠,제발 저를 놔 주세요." 
 현경의 음성은 금새 울음이 섞여 나왔다. 
 "영철오빠,제발 저를 놔 주세요. 흑흑..." 
 영철은 현경의 울음 섞인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경의 스커트 속에 있는 팬티를 끌어 내렸다. 

[연재]나쁜 친구들 -6- 

"아아아-악. 으으으으.." 
 영철은 자신의 음낭부위를 두손으로 감싸쥔채 파랗게 질린 얼굴을 땅에 쳐박고 쓰러지고 말았다. 
 현경은 영철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사이 서고를 빠져 나와 방으로 들어간다음 안쪽에서 문을 잠갔다. 

 한참이 지나서야 잔뜩 굳어진 얼굴로 변한 영철이 일어섰다. 
 "빌어 먹을년. 으으으..." 
 영철이 현경의 속옷을 끌어 내리고 겁탈을 하려는 순간 현경이 반항을 멈추자 긴장이 풀린 영철이가 속옷을 완전히 끌어 내리고 덥치려는 순간 현경은 영철의 음낭을 세차게 걷어 차 버리고 도망을 친 것이었다. 
 약 삼십분이 지나 영철이 제 정신을 차리고 현경의 방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현경아. 문 좀 열어 줄래." 
 방안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현경아. 방안에 있는거지." 
 대꾸가 없자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너무 미안하구나. 내가 잠시 정신이 어떻게 됐었던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거야. 진심으로 사과한다." 
 영철은 그 말을 남기고 윗층으로 올라가 대충 화구를 챙긴 후 집을 빠져 나간다.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올 무렵,송이와 송미,그리고 미나가 밝은 얼굴로 현경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 온다. 
 "현경아. 우리 왔어." 
 현경은 아무말 없이 잠시 앉아 있다가 몸을 씻는다면서 샤워실로 들어가 버렸다. 
 "어. 무슨 일이지. 기분이 안 좋은가 보네." 
 송이가 말했다. 
 "아까 언니를 남겨 두고 나혼자 나가버려서 그런건가?" 
 송미는 동생의 말에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혹시 오빠 왔던거 아냐?" 
 "아까 오빠랑 같이 있었지." 
 "야! 이 밥통아. 오빠랑 단둘이 있게 하면 어떡해." 
 사촌자매들의 말을 듣고 있던 미나가 의아해 져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니? 영철오빠랑 현경이가 단둘이 있으면 안된다니." 
 "그런게 있어." 
 "무슨 소리야? 사실대로 말해 봐." 
 "그게 말이야. 사실은...." 
 "무슨 소린데?" 
 "어차피 너도 알게 될테니까 말해 줄게. 송이 넌 내려가 있어." 
 "아냐. 나도 다 아는 사실인걸." 
 "우리 오빠가 말야. 사실은 두번이나 여자를 잘 못 건드려서 그쪽 가족들하고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어." 
 "뭐!!" 
 미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엄마가 돈으로 적당히 타협을 해서 더이상 문제는 안 됐지만... 요새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아무래도 현경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봐서 우리 오빠랑 무슨 일인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일곱시쯤 되어서 세명의 여자들이 식탁에 모였다. 
 식탁에 모여진 근사한 음식들은 식당에 배달을 시킨 음식들이었다. 
 "현경 언니는 안 와?" 
 "글쎄. 곧 온다고 했는데 안 오네." 
 미나는 일어서서 아무것도 먹기 싫다며 누워 있는 현경을 끌다시피 해서 아랫층으로 데려와 식탁에 앉혔다. 
 현경은 아무 말도 없었다. 
 조금의 침묵이 흐른후 송미가 현경의 눈치를 보다가 말을 꺼냈다. 
 "현경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미안해. 오빠를 대신해서 사과할께." 
 미나가 발끈해져서 말했다. 
 "뭐라구. 미안. 미안하다는 걸로 모든게 해결 되니? 그리고 니네집에선 또 돈 몇 푼으로 이 일에 대해서 입막을 해 버리려구. 아무리 사촌들이지만 니네집 식구들에 대해서 실망이야." 
 "미안해. 어디까지 간거니? 현경이가 말을 해 줘야 나라도 나서서 어떻게 해 볼거 아냐?" 
 "너희집 식구들은 아무렇게나 섹스를 하고 문란하게 생활하는지 몰라도 우린 안그래. 현경이가 지금 얼마나 놀라고 충격에 빠져 있는지 알기나 하는 거니?" 
 "알았어. 이해 한다고 했쟎아." 
 "참 말이 간단해서 좋구나. 있어서는 안될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도 쉽게 말해 버리는 너의 태도도 나빠." 
 "나도 미안해. 그렇지만 내가 저지른 일은 아니쟎아." 
 한동안 송미와 미나의 설전이 오갔고 여자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채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미나가 현경이보다 조금 늦게 방안에 들어 섰을때 현경은 슬픈 표정으로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미나는 현경을 도와 옷을 정리해 주면서 자신의 옷가지도 정리해 나갔다.  
 "현경아. 너무 미안해. 내가 어릴적 보아왔던 사촌들의 모습이 아니야. 마치 짐승 같아. 나도 이집에서 나갈테니 같이 가자. 어디로든지." 
  
 송미는 자기방 의자에 앉아 휴대폰으로 오빠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오빠가 사람이야. 건드릴 애를 건드려야지.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우리집 입장이 뭐가 되겠어. 시골에도 소문이 다 날텐데." 
 휴대폰을 통해 영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현경이는 지금 어떻냐?" 
 "어떻긴. 지금 다른 곳으로 간다면서 짐싸고 있는 중이지." 
 "뭣.. 알았어. 내가 금방 찾아 갈게." 
  
 현경이와 미나가 짐을 대충 챙겨서 막 방을 빠져 나가려는데 송미가 오빠를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 왔다. 
 "오빠. 빨리 현경이에기 빌어." 
 영철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체면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현경아. 너에게 죽을 죄를 졌구나. 한번만 용서해다오." 
 "앞으로 다신 네 앞에 나타나지 않으마." 
 옆에서 사촌오빠의 모습을 한참동안 노려보던 미나가 말을 꺼냈다. 
 "영철오빠. 정말 실망이야. 오빠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할말이 없구나. 나도 그땐 정신이 약간 나갔었나 봐." 
 현경은 아무말 없이 가방을 들고 나갈 자세를 취했다. 
 송미가 얼른 현경의 가방을 내려 놓으며 제지했다. 
 "밤중에 어딜 가려구. 침착하고 내 말좀 들어 볼래." 
 현경은 침대에 털썩 주저 앉았다. 
 "네 마음 이해 할수 있어. 나처럼 경험이 많은것도 아니고 생전 처음 당한 일이라 너무 놀랍고 화도 나겠지. 그렇지만 지금 나가 버리면 우리 식구들은 뭐가 되겠니?" 
 화가 가라 앉지 않은 미나가 말을 꺼냈다. 
 "뭐라구. 나참 어어가 없어서. 너,그렇게 밖에 말을 못하니? 네 말을 들으니까 뭘 그런일 가지고 노여워 하느냐는 소리로 들리는구나." 
 "그럼 어쩔거야. 네가 약속할께. 앞으로 이런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오빠가 다짐했어." 
 "지금 우릴보고 그 거짓말을 믿으란 거니?" 
 무릎을 꿇고 있던 영철이 다시 말을 꺼냈다. 
 "난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다. 다짐하건데 다시 이집에 발을 붙이지 않을테니 나간다는 소리는 말아줘." 
 그말을 남기고 영철을 집을 나갔다. 

 한참동안 미나와 송미의 설전이 오가고 송미의 끈질긴 설득 끝에 미나는 현경을 만났다. 
 "현경아. 그 사람이 어떻게 했어." 
 그때까지 아무말 없던 현경이 무거운 말문을 열었다. 
 "용서하지 않겠어." 
 "난 너와 행동을 같이 하겠어. 지금 나걸거니?" 
 현경은 잠시 마음을 정리하는 듯 했다. 
 "아니." 
 "그래. 너의 충격도 크겠지만 지금 나간다고 하면 네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실거야. 앞으로 사촌오빠가 이집을 안찾아 오겠다고 말했으니까 다시 눈에 보이면 네가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나서서 삼촌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나갈거야." 

 그후로 현경은 학교에 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항상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미나도 제법 공부는 하는 편이었지만 자주 생기는 미팅자리에도 나가고 예전에 만났던 회사원친구들도 만나서 놀기도 했다. 
 어느 토요일 그날도 처음 만나는 남학생들과 만남을 갖고 있었다. 
 다섯명씩 모두 열명이서 만남을 가졌는데 미나의 눈에 쏙 들어오는 핸섬하게 생긴 남학생이 있었다. 
 가볍게 술도 마시고 간단한 게임을 해서 짝을 정한다음 각자 흩어 졌다. 
 미나가 생각했던 바로 그 남학생과 짝이 될수 있었다. 
 벌써 통성명이 끝나 꽤 많은 대화가 오갔으므로 거리로 나서서 어디론가로 가서 즐길 장소가 필요했다. 
 "미나씨. 우리 극장에 가지 않을래요?" 
 "좋아요. 저는 태근씨가 가자는데로 갈테니 저를 기분 좋게 해 보세요." 
 "사랑의길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아뇨. 아직." 
 "그럼 그리로 가요. 대중극장이라고 아시죠." 
 "이름은 들어 봤는데 아직 어디 있는지는 몰라요." 
 "그럼 따라 오세요. 그 극장에서 하고 있는데 극장사장 아들이 저하고 친구거든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표구하기 쉽지 않지만 그 친구한테 부탁하면 어렵지 않을거에요." 
 영화의 내용은 가끔 보았던 약간의 애정표현이 섞인 가벼운 애정영화였다. 미나가 예전 같으면 제법 호기심 어린 눈으로 봤겠지만 송미의 정사장면도 본 터라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다만 옆에 있는 남성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 사람은 설마 사촌오빠 같지는 않겠지. 사람들을 보면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듯이 이사람은 생긴 것 만큼 예의도 바르고 성실한 사람일거야.' 
  
 그 남학생과 헤어지기전 남학생의 자신의 연락처를 미나에게 전해 주었다. 미나는 집에 돌아와서 한번 전화를 해 보려 했지만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려서 전화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철과 현경이가 그 일이 있기 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러서 현경은 치욕의 순간들을 서서히 잊어 가고 있었다. 
 거의 날마다 송미와 송이가 찾아와 성행위 이야기가 아닌 다른 재미난 이야기들을 하면서 현경의 기분을 풀어 주었고 현경도 그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미나가 만났던 남학생에게 쑥스러워서 전화도 하지 못하고 있은지가 일주일정도 흘렀다. 간혹 생각은 났지만 그냥 그렇게 잊혀지려니 생각하고 지내고 있는데 월요일 아침 등교길에 그 남학생과 마주쳤다. 
 남학생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미나씨 안녕하세요. 너무 반갑습니다." 
 미나는 현경과 같이 등교를 하고 있었다. 
 "친구신가 보죠. 안녕하세요?" 
 "예. 아..안녕하세요." 
 영철이라는 사람을 통해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을 봤던 현경은 남자에 대한 생각이 곱지 않았으므로 대충 인사를 했다. 
 "미나씨. 이 근처에 사시나봐요?" 
 "예." 
 "지하철 타고 가시나 봐요? 그쪽으로 향하시는 걸 보니." 
 "예." 
 "그런데 왜 아직까지 미나씨를 못 봤을까? 저도 지하철 타고 다녀요.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 역이 있거든요." 
 남학생과 미나는 간혹 대화를 하면서 지하철역까지 걸었지만 현경은 여전히 아무말 없이 묵묵히 걷고 있었다.
 
[연재]나쁜 친구들 -7- 

미나와 그 남자는 지하철 통로까지 내려 갔으나 곧 헤어져야 했다. 
 그 남자는 미나와 반대쪽으로 간다고 했다. 
 남자는 꼭 오후 다섯시에 지하철역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자는 말을 했다. 
 미나는 처음엔 거부하다가 그남자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이상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끝마치고 오후 다섯시쯤 미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역 근처의 카페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 남자가 앉아 있었다. 
 미나가 다가가자 일어서서 앉으라고 했다. 
 "어서 오세요. 미나씨." 
 곧 차를 주문했고 미나는 쥬스를 마셨다. 
 "미나씨 그동안 왜 저에게 전화를 안하셨나요? 애타게 기다렸는데." 
 "예. 그냥...." 
 "쑥스러워서 안하셨나 보군요. 제가 미나씨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다가 실례가 될 것 같아 말씀을 안드렸지만 미나씨 전화번호를 알았다면 제가 먼저 전화를 했을겁니다. 제가 싫으신가요?" 
 "아뇨. 그냥 싫다긴 보단...."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너무 부담 갖지 마시구요. 제가 싫으시면 싫다고 말하셔도 괜챦습니다." 
 미나는 잘생긴데다 예의도 밝아 보이는 그 남자에게 조금 더 호감이 갔다.  
  
 상민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집에 돌아 왔을때 미나는 이미 그에게 마음을 조금 빼앗겼음을 알았다. 자꾸만 그 남자의 모습이 생각났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쉽지가 않았다.  
 생리기간 중이었던 미나는 조금 자신의 아랫배가 무겁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생리대를 확인해보니 역시 빨간 액체가 묻어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간 김에 깨끗히 샤워를 하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었다.  
 그런데 예전에 없었던 이상한 기분도 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랫배가 무겁긴 했지만 조금은 성기부위가 간지러운듯한 기분도 따라왔다.  
 마침 현경이도 도서실에서 자료를 구한다며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서서 다리를 쫙 벌리고 약간 가려운 기분이 드는것 같은 성기를 조금 어루 만졌다. 
 가렵다는 기분이 풀리는듯 하면서 조금 짜릿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심코 계속 성기를 어루만졌는데 짜릿짜릿하다는 기분이 가실줄 몰랐다. 나중엔 약간 아프긴 했지만 처음 느끼는 그 기분을 무엇으로 효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삼주째 주말마다 상민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미나는 상민에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이젠 적극적으로 상민에게 전화를 하는 일도 가끔씩 있었다. 
 상민을 만날때마다 미나는 자신에게 조금씩 놀라고 있었다. 남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고교시절까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고 상민의 느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번째 주말데이트를 즐기던 미나는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놀다가 해가 떨어질 무렵 다른 날과 달리 맥주집에 가자고 먼저 제안했다. 
 상민은 미나와 만남을 여러번 가졌지만 결코 술을 마시자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건물 바깥쪽에 통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말은 없지만 마차가 놓여져 있는 제법 장식에 신경을 쓴 맥주집에 들어간 둘은 조금 구석진 자리를 골라 마주보고 앉았다. 
 "상민씨는 술을 싫어하는가 봐요?" 
 "그리 싫진 않아요. 독한 술은 잘 못하지만 맥주정도는 친구들과 자주 마시는 편이죠." 
 "그런데 왜 저에게 술을 권하지 않으셨나요?" 
 "미나씨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아서요." 
 "저도 술은 잘 못마시지만 분위기는 좋아해요." 
 미나는 왠지 그날은 취하고 싶었다. 
 너무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면 곤란하겠지만 적당히 취해서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상민에게 보여 보호심리를 자극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술마실 기회도 별로 없었고 학교에 들어가서도 서너번 술자리를 가졌기 때문에 두병이상은 무리라는 것을 미나는 알고 있었다.   
 둘이서 네병을 마셨는데 미나가 거의 세병은 마시는듯 했다. 
 "미나씨. 괜챦겠어요?" 
 상민이 걱정스러운듯 말했다. 
 "괜챦아요...." 
 미나의 혀는 조금씩 꼬여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마신다는 것이 상당히 취해서 몸을 가누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상민은 얼른 계산을 마치고 미나를 데리고 나왔다. 
 조금씩 비틀거리는 미나를 부축하면서 택시를 잡아타고 미나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렸다. 
 미나는 여전히 통제력을 조금 상실해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미나씨! 미나씨!" 
 미나를 흔들어댔지만 미나는 주정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을 뿐이었다. 
  
 순수한 마음의 미나도 그간 삼촌의 집에서 보았던 여러가지 사촌들의 행각을 보면서 조금은 판단력을 잃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그 판단력은 걷잡을수 없이 무너져 내렸고 상민을 사랑하고 소유하는 길은 육체적 관계를 갖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상민씨. 나,오늘 집에 들어가기 싫어." 
 "미나씨,너무 취했어요." 
 상민은 자꾸만 횡설수설하는 미나를 일으켜 조금 걷다가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계단에 그녀를 앉혔다. 
 "상민아. 나,너 좋아해." 
 미나는 처음 본 순간부터 상민에게 마음이 있었는데 술을 많이 마신후라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술을 핑계삼아 내뱉고 있었다. 
 "미나씨. 저도 미나씨가 좋아요." 
 "그럼 나좀 어떻게 해줘." 
 "미나씨. 미나씨는 지금 너무 취해 있어요. 일단 술을 깬다음 이야기 하기로 해요." 
 "하하하하....샌님처럼 생긴게 용기가 없나 보구나. 난 처녀야. 그렇지만 네가 원한다면 줄수 있어." 
 간혹 그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며 지나갔다. 
 "미나씨. 정신차리세요. 사람들이 보쟎아요." 
 "뭐,사람들이 본다구. 우리사이가 그것 밖에 안돼. 나에게 키스해줘요,상민씨." 
 미나를 깨워보려던 상민도 지쳤는지 미나를 옆에서 어깨동무 하듯 붙잡고 털푸덕 벽에 기대 앉았다. 
 미나는 상민의 얼굴이 옆에 다가오자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처음엔 떼어 놓으려 하던 상민도 아무말없이 그녀의 키스를 받아 들였고 한참동안 뜨거운 키스가 이어졌다. 
 미나는 너무도 황홀했다. 
 '아,내 생전 처음 해보는 키스,너무도 달콤해. 이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나는 그남자의 목에 메달려 있는사이 술에서 어느 정도 깰수 있었다. 
 아니,술에 취해 있기는 했지만 오래전부터 정신만큼은 스스로 말짱하다고 여겼다.  
 처음하는 행동에 자신도 놀랐고 너무도 어색해서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 난감했다. 
 미나는 느린 동작으로 상민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키스를 멈췄다. 
 상민도 어색했는지 아무말이 없었다. 
 "저....상민씨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도 미나씨가 좋은걸요."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나봐요." 
 "저도 솔직히 몇달전에 여자친구가 한명 있기는 했지만 곧 헤어졌어요." 
 미나는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말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이 더 크게 와 닿았으므로 그런 말 따위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기로 다짐을 하고 조금은 어색한 사랑의 시작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온 미나는 자꾸만 너무 큰 실수를 한 것이 아닌가,혹시 자신을 이상한 여자로 보지 않을까 너무나 신경이 쓰여 잠을 잘수가 없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부스럭거리는 친구가 안쓰러웠는지 현경이가 말했다. 
 "미나야. 어디 아픈거니?" 
 "아니. 그냥." 
 "그런데 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거야." 
 "넌 공부를 좋아해서 이성에 관심이 없는 거니? 아니면 관심은 있지만 공부를 위해 참는 거니?" 
 "글쎄. 아직은 관심이 없다고 말해야겠지." 
 "아직?" 
 "혹시 내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기분은 그럴것 같지가 않아. 어른들은 나이가 차면 나에게 결혼하라고 닥달을 하실지도 모르지만 나는 생각이 달라. 마음에 맞이 않는 사람과 살아야 한다면 난 절대 결혼하지 않을거야."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기면 결혼하겠다는 소리구나." 
 "글쎄. 서로가 좋으면 결혼도 할수 있겠지. 아참,너 지금 데이트하고 있는 남자하고는 잘 돼가고 있는거야. 지난번에 지하철에서 보았을때 내가 너무 냉냉하게 대해서 미안했다고 전해주라. 아주 귀공자 타입이던데..." 
 "나,오늘 술에 취해서 실수를 했어." 
 "실수를 할만큼 취했어. 술냄새는 조금 나지만 그리 많이 취한것 같진 않았는데...." 
 "몰라. 나도 자꾸만 이상한 감정이 파고들어서 그남자에게 내가 먼저 키스를 해버렸어. 처음 하는거라 당황했지만 용기도 났고 텔레비젼에서 해주는 영화처럼 그사람의 목을 껴안고 먼저 입술을 가져다 댔어." 
 "정말? 네가 정말 먼저 시도했단 말야." 
 "응. 한참동안 그남자와 붙어 있었지." 
 "기분이 어땠는데?" 
 "정리하기 힘들어. 그냥 그남자의 냄새가 싫지 않았고 특별히 나쁜 기분은 없었어." 
 "그 남자에게 쏙 빠졌나보구나. 그 남자는 어땠어?" 
 "그남자의 말이 내가 좋다고 하던데....사랑의 약속까지 했어." 
 "축하한다. 어쩐지 토요일만 되면 네 얼굴이 확 펴지는 것을 보고 둘이서 잘 될것 같더라니." 
 미나와 현경은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가다가 누가 먼저 눈을 감았는지 모르게 잠에 빠져 들었다.
 
 


List of Articles
레즈 ㅈㅁㅇㅈ의 키스방이야기_6화_로진 8
  • 존못홍유아재
  • 2023.12.01
  • 조회 10248
  • 추천 9
레즈 ㅈㅁㅇㅈ의 키스방이야기_3화_일찍 정신차린다는것 4
  • 존못홍유아재
  • 2023.11.28
  • 조회 8832
  • 추천 10
레즈 티모의 짝짓기 대모험 8편 (^오^)
  • 티마왕김티모(사형)
  • 2022.04.29
  • 조회 7876
  • 추천 1
레즈
  • 담임선생님
  • 2022.04.23
  • 조회 36696
  • 추천 1
레즈 티모의 짝짓기 4편 (^오^) 4
  • 티마왕김티모(사형)
  • 2022.04.06
  • 조회 6790
  • 추천 1
레즈 그때는 무더운 여름이었다. 3
  • 홍밤형2
  • 2019.03.05
  • 조회 40185
  • 추천 2
레즈 [야한썰] 아줌마 사장 수발 든 썰(上) 4
  • 트렌드마켓
  • 2018.04.20
  • 조회 31047
  • 추천 0
레즈 [야한썰] 군바리랑 나이트가서 원나잇한 썰 3
  • 풀발기중
  • 2018.03.12
  • 조회 22498
  • 추천 2
레즈 돌림빵 제10 화 (완결)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22136
  • 추천 0
레즈 돌림빵 제 9 화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20068
  • 추천 0
레즈 돌림빵 제 8 화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17453
  • 추천 0
레즈 돌림빵 제 7 화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20072
  • 추천 0
레즈 돌림빵 제 6 화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19378
  • 추천 0
레즈 돌림빵 제 5 화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19061
  • 추천 1
레즈 돌림빵 제 4 화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19028
  • 추천 0
레즈 돌림빵 제 3 화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23318
  • 추천 0
레즈 돌림빵 제 2 화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27352
  • 추천 0
레즈 돌림빵 제 1 화 file
  • 올보
  • 2017.04.11
  • 조회 68278
  • 추천 0
레즈 [야설]러브 앤 러브 19부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16093
  • 추천 0
레즈 [야설]러브 앤 러브 15부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13708
  • 추천 0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